2023. 10. 12. 11:26ㆍ활동 기록
2023년 9월 21일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달마고도 수정동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수정동굴에서 자주 놀았지만,
마지막으로 수정동굴을 찾은게 3년 전이었던,
해남 토박이를 수소문 끝에 찾아냈다.
그 해남 토박이는,
수정동굴로 데려가 줄 수 있냐는
우리의 부탁을 승낙했다.
"못 찾을지도 모른다"라고 했지만,
모두의 뜻이 맞았던 것일까,
우리는 수정동굴을 만났다.
장소
달마고도
함께한 이들
새봄, 지선, 다운, 누, 정홍수님, 여름
누의 후기
어렸을 때, 수정동굴에서 본 그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을
해남 토박이 분은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모르는 것이 많기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
나도 어떤 발자국을 보고 호랑이 같다며,
온갖 망상을 했다.
특이하게 생긴 돌을 주웠다가
집어 던졌는데 메뚜기가 맞아 죽은 것을 보고
저주받은 돌이라고 생각해 집 안에 숨겨 두기도 했다.
자연은 나에게도, 해남 토박이분에게도,
더할나위 없는 놀이터였다.
과연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린 시절에 비해서 세상을 잘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세상'이란 무엇일까?
세상에 완벽한 지식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구든 망상을 하며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그 틈을 남겨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동굴에 있는 반짝이고 투명한 것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수정이다.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수정이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아몬드가
더 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정이 다이아몬드보다 가치 없지는 않다.
내 눈앞에서 반짝이는 그 존재 자체로서,
다양한 상상을 가져다주는 그 존재 자체로서,
이미 그 가치는 말로도 돈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가치에는 순위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법을,
우리는 우리의 과거로부터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새봄의 탐사일지
이번 탐사는 내가 거주하는 송지면 방향을 기준으로 반대편인 북일면 방향에서 접근했다.
안내자 정홍수, 윤지선님을 따라 산에 올랐다. 북일면 방향은 관광차 대절해서 오를 만큼 달마산의 또다른 등산코스로 유명했다고 한다. 축사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드물어졌고 산길 대부분이 많이 지워져 있었다. 수정동굴까지 아주 우연히 기억에 기억을 더듬어 찾았고 꽤 험한 구간을 지나 다다랐다. 이 마을 어르신은 한국전쟁 시 이 동굴에서 대피하셨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산이 깊지 않아 충분히 그랬을 수 있겠다 헤아려졌다. 정홍수님도 어린 시절 형들과 함께 소풍다니던 곳이라고 한다. 수정동굴 입구 일부분은 정과 망치로 수정이 뜯겨간 자국이 보였다. 인류세라고 할만한 250원짜리 신라면 봉투와 대전 엑스포를 홍보하고 있는 코카콜라 페트병이 함께 보였다. 강아지와 함께 산을 올랐는데 수정굴에는 박쥐가 서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척 놀랐으나 강아지 여름이는 짖지 않았고 입구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박쥐도 이내 잠잠해졌다.
달마산이 사람과 가까이 있는 산이며 생물다양성이 다양한 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야생 식물인 오이풀도 만나 반가웠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알려주는 이가 있어 문화적 코드도 담기고 달마산의 생태다양성에 눈을 반짝이는 이와 함께하며 공존감각을 두루 다룰 수 있었던 점이 본 프로젝트가 가져가는 결을 드러내고 있다. 부디 정과 망치를 들고 구독자수를 노리는 유투버가 찾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으며 마을사람을 통한 생태 가이드는 어떨지, 일정구역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한번에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게 된다. 박쥐 사진을 캡쳐하여 동정해보기로 했다.
영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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