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삶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서 나를 감각하기란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숨을 들이 마실 때 나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산소는 바닷속 조류들, 땅의 나무와 풀들로부터 왔습니다. 생명체들은 서로가 존재했기에 관계를 맺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의 모습은 다 다를지 몰라도 우리는 약 40억 년 전 바닷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세포 LUCA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바람이 없었다면, 새들은 지금처럼 날지 못했을 것입니다. 태양이 없었다면, 나무는 지금처럼 광합성을 못 했을 것입니다. 나무가 없었다면, 새들은 나무에 앉기 좋은 발을 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은 구별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활동을 기록을 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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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협업 - 신성과 생명성을 회복하기
1. 해남 히든 어스 그 시작, 돌의 말을 들어보려는 시도 윤지선 9년 전 땅끝으로 처음 귀촌하면서 지도 상으로는 남북으로 쭈욱 하나로 이어져 보이던 달마산과 두륜산을 가보니 지형 지세가 너무나 달랐다. 특히나 돌이 너무도 달랐다. 아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산이겠구나 싶었다. 그 이상은 알 수 없고 아무리 뒤져도 기호 투성이 지질도 외에는 찾을 수가 없어 짐작만 하게 되니 답답했다. 그러다 박정웅 선생님을 드디어 만나 새봄과 함께 해남의 지질에 대한 답안지를 만나게 되니 그간 궁금했던 해남의 산과 바다에 물음표만 쌓아가던 내 질문에 정답 답안지가 시원스레 공개되는 듯, 묵은 체증이 툭 벗겨지고 쑥 가시는 듯 했다. 그간 답답증 속에 쌓여있는 무언가가 풍화 작용으로 벗겨져 나간 그 틈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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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전시알림] 5개월간 달마고도 권역대를 호기심있게 찾아본 탐사기록을 전합니다. 지질학공부, 예술기록, 주민인터뷰, 겨울철새관찰 기록이 담겨있습니다.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 기간: 12월 13일 (목) - 12월 16일 (토), 4일간 🪨 관람시간: 12시 30분 - 19시 🪨 전시 장소: 초효, 전남 해남군 해남읍 구교1길 17-8 🌳기획 운영: 새봄 🌳참여 작가: 이권우, 김보람, 윤지선, 이지영, 반달 🌳디자인: 최다운 🌿아카이빙 사이트: https://hellobaram.tistory.com/ 본 프로젝트는 전라남도문화재단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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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협업 - 달마고도 에세이
이어지는 만남이 고마워. 낮에 나온 반달 2023년 11월 11일 친구 따라 강의 남쪽 정도가 아니라 땅끝 남쪽까지 갔다. 친구는 외국에 가있는 친구의 강아지를 맡아 돌보고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안전한지 걱정하는 친구를 나와 또 다른 친구 또한 걱정하며, 우리는 산에 올랐다. 늦가을 색이 푸근했고 하늘은 차갑게 청명했다. 신나게 산을 오르는 강아지 발걸음에 마음이 가벼워지고 하늘처럼 마음이 갰다. 멀리 왔지만, 처음 오는 곳이 아니었다. 올 때마다 다른 이유로 왔고, 미황사를 지나 이번에는 친구 따라 산 속으로 들어갔다. 달마고도를 따라 걸었다. 달마산 모습을 마주하니 마음이 조금 더 씩씩해지는 것 같았다. 볼 때마다 감탄하는 장쾌하게 솟아있는 달마산 자락이 무너져 내린 걸까? 너덜이라고 부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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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 너덜지대 2
11월 11일 함께하는 이들 반달, 거누, 여름 달마고도 1코스를 걸었다. 벌써 3번째 탐사길이다. 걸음은 익숙하게 산을 타지만 보이는 것은 매번 새롭다. 11월에 들어서며 산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구간별로 조금씩 식생의 특성이 돋보인다. 삼나무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내음과 동백과 참나무가 섞인 구간에서 맞이하는 햇빛과 풀내음이 다르게 다가왔다. 이번 탐사에서는 너덜지대를 샅샅이 돌아다녔다. 처음 너덜지대를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키 큰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빽빽한 숲 구간을 지나 갑자기 하얗게 펼쳐진 구간에서 훅 불어온 차가운 바람에 눈물이 와락 터졌었다. 거칠게 부서진 암석덩어리 뒤로 크게 솟아있는 산봉우리를 보는데 그냥 그대로 압도된 것 같았다. 지금은 암석덩어리가 규암이라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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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바람의 기록: 두륜산 천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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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바람의 기록: 달마고도 너덜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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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바람의 기록: 증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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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협업 - 바람의 기록
10월 23일 - 30일 시각예술기록자 김보람작가와 함께 해남에 오기 전, 송지면에서 선생님으로 부임 했던 이를 만났다. 그에게도 해남의 대부분은 산과 바다와 바람에 관한 기억이었다. 봄이면 달마산에 올랐다가 가파른 산을 줄을 잡고 내려왔다고 했다. 11월부터 4월까지 매서운 바닷바람이 불었고, 바람이 몰고 온 습기 때문에 옷이 덜 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바닷물이 빠지는 때에는 육지에서 증도까지 걸어가 조개를 주웠다고 했다. 세시간 반을 달려 해남에 왔다. 새봄을 만나러 오는 길은 언제나 멀다. 그러나 새봄이 보여주는 것들은 언제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자기 생을 산다. 땅끝은 매끄럽지 않고 돌바위와 섬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다. 원래는 하나로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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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 너덜지대 1
9월 15일 낮 12시부터 15시 달마고도 1코스 함께한 이 윤지선 탐구일지 달마산 1코스는 입구부터 갈래길이 있다. 하나는 임도로 이어지는 고갯길이 있고, 다른 길은 1코스로 개발한 길로 나뉜다. 1코스로 개발한 길은 다시 삼거리로 나뉘며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미황사로 가는 길, 너덜지대로 가는 길 표시가 있다. 모든 길이 험하지 않고 계곡에 잔잔히 물이 흐르며 지루할 틈이 없다. 고갯길은 사람이 자주 오가지 않았는지 숲이 조금 더 우거져서 습한 느낌이었다. 임도로 나와 걸으며 주변부 최근 식생을 파악하기도 했다. 청띠제비나비(Graphium sarpedon (Linnaeus, 1758))가 많이 보였으며, 예덕나무에 구멍이 송송 뚫린 모습을 보며 어떤 곤충이 살까 찾아보며 ‘예덕나무애벼룩잎벌레’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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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를 걸으며 나눈 대화
달마고도 주변, 송지면 영평마을에 사는 주민과 함께 걸으며 나눈 대화 기록 선호님은 휴식이 필요할 때 오히려 침묵이 다정한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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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 주변에서 머무르는 새들 만나기
11/16 낮 1:40 (만조 12:26) 🪨송지면 기바구 꽃게 기 바위 바구 어란진으로 가는 길목에 만들어진 만 홍머리오리 100마리정도 무리로 두군데 있음 삐육 높게 우는 소리 갈매기 청둥오리 바다직박구리암컷 1 백할미새 2 깝작 도요 1 텃새화됨 왜가리 5 칠면초, 퉁퉁마디, 뻘이 잘 발달되어 있다 해식와 달마고도 산이 구름을 빨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 탐조는 어디에서나. 흔히는 백로, 왜가리 종다리 종류 멧비둘기 논, 밭, 강 흰눈썹뜸부기 같은 새를 만날지도! 바다 근처 저수지와 갯벌을 오가는 시간도 확인한다 만조를 지날쯤 새들이 바다로 넘어와서 물 끝선따라 먹이활동을 한다 🌳미야지 2:30 바다와 가까운 저수지 버드나무와 수초가 발달 흰죽지 28 논병아리 1 물닭 5 알락오리 3-4쌍 홍머리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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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전에 쌓인 이야기가 자갈이 된 해변
2023년 9월 22일 활동 기록을 담당한 나는 박정웅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 지층이 보이는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봄 집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그 자갈들을 보기 위해서는 차로 약 1시간을 가야했다. "와 진짜 멀다"라고 말했지만, 돌들을 만나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렇게, 수만 년 전 쌓인 것들이 자갈이 된 해변에 도착했다. 장소 양정리 함께한 사람들 새봄, 다운, 누 누의 후기 몇 만 년 전의 이야기가 기록될 수 있는 퇴적암, 그런 퇴적암을 보면 상상을 멈출 수 없다. 저 얇은 선이 쌓일 때 누가 저 위에 서 있었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경이로움에 빠진다. 어린 시절부터 퇴적암을 좋아했기에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기록하는 것이 좋았기에 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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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 수정동굴
2023년 9월 21일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달마고도 수정동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수정동굴에서 자주 놀았지만, 마지막으로 수정동굴을 찾은게 3년 전이었던, 해남 토박이를 수소문 끝에 찾아냈다. 그 해남 토박이는, 수정동굴로 데려가 줄 수 있냐는 우리의 부탁을 승낙했다. "못 찾을지도 모른다"라고 했지만, 모두의 뜻이 맞았던 것일까, 우리는 수정동굴을 만났다. 장소 달마고도 함께한 이들 새봄, 지선, 다운, 누, 정홍수님, 여름 누의 후기 어렸을 때, 수정동굴에서 본 그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을 해남 토박이 분은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모르는 것이 많기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 나도 어떤 발자국을 보고 호랑이 같다며, 온갖 망상을 했다. 특이하게 생긴 돌을 주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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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수정 섬
2023년 9월 19일 산책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간조 때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섬의 바닷길이 열렸다. 그렇게 우리는 이 섬으로 들어갔고, 수정들을 볼 수 있었다. 장소 해남 중리 섬 함께한 사람들 다운, 누, 새봄 새봄의 후기 물때를 살피며 섬까지 길이 나는 시간을 가늠한다. 이렇게 해질녘에 섬에 가보기도 하는구나! 조수간만의 차는 달의 끌어당김에 의해 생성된다. 전라남도의 평야지대에서는 달이 뜨는 모습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달의 끌어당김처럼 우리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내가 가진 것이 많고 아는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나는 그저 통로가 될 뿐이다. 자연의 힘은 우리를 슬며시 끌어당긴다. 누구도 어떠한 일도 탓하지 않는 자연의 힘. 묵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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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우항리, 공룡이 거닐던 시간과 연결되기
2023년 8월 23일 원래는 지질학자 박정웅 선생님과 달마고도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와서, 우항리 공룡 박물관으로 향했다. 장소 우항리 공룡 박물관 함께한 이들 해남을 기반으로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자연과 더 깊게 연결되고 싶어하는 사람들, 박정웅 선생님의 지인들 누의 후기 공룡 박물관이 생기기 전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기 전에, 박정웅 선생님은 우항리에서 석사 논문을 집필했다. 함께한 우리들은, 공룡이 살던 시대와도 연결되었지만, 공룡 박물관이 생기기 전, 해안 절벽 앞에서 도시락을 먹던 박정웅 선생님의 시간과도 연결되었다. 몇 억 년 전에 살았던, 현재에 살고 있던, 우리는 모두 지구에서 추억을 쌓았다. 지층이 쌓이며 그 추억은 때로 기록되기도 한다. 문득 이런 생..